역경이 없는데 역경극복과정을 쓰려면?

자기소개서를 쓰는데 있어서 지원자들을 곤란하게 만드는 또 하나의 질문 유형은 바로 '역경극복과정'을 쓰라는 것입니다. 이 문항에 관련된 글을 쓰려고 할 때 가장 먼저 생각해보는 것은 '나에게 역경이 어떤 것이 있었지?'하는 것이며, 대부분의 학생들은 바로 여기서부터 막히게 됩니다. 역경이 없었으니까요.

 

부모님의 사업이 위기를 맞으며 집안 가전제품 등에 빨간 딱지(압류)가 붙고, 가족이 뿔뿔이 흩어지는 상황과 같은 경제적 위기 속에서 이를 극복하고 학업에 전념했다거나... 하는 소재는 TV에서 보았을 뿐입니다. 아무리 생각해도 가물가물거릴 뿐 도무지 생각나는 역경이 없다면 '역경극복과정'을 쓰라는 문항은 특정한 경험을 한 학생들만을 대상으로 한 편협한 질문이라는 불만이 생길 수도 있습니다.

 

어떤 학생들은 생각해보니, 유일하게 어려움을 겪었던 시기가 바로 어학연수를 갔었던 때였고 그래서 그 때의 어려움을 쓰기도 합니다. 그런데 이렇게 외국에 어학연수를 가서 어려웠던 에피소드는 안타깝지만 너무나도 흔합니다. 처음 가보는 낯선 환경에서 말도 잘 통하지 않는 어려움을 겪었지만 주변 친구들의 도움으로 하나씩 극복해나갈 수 있었다는 구성(plot)까지도 비슷하다못해 똑같아 보일 정도입니다.

 

 

 

역경까지도 비슷해보이다니..도대체..

 

 

학생들의 입장에서는 정말 유일하게 있었던 역경극복 사례를 쓴 것인데 이처럼 붕어빵 취급을 받는 것이 억울하기까지 할 것입니다. 그러나 자기소개서들을 읽다보면 사실이 그렇고 느낌이 그러한 것을 어찌하겠습니까?  똑같은 교육제도, 똑같은 교육과정, 비슷한 교육환경이다 보니 그 결과로 비슷한 역경사례가 나오는 것은 너무나도 당연한데 말입니다. 

 

 

 

그러면 어떻게 해야 할까요?

 

 

역경을 에피소드로 해석한다면 이세상에 하나밖에 없는 정말 나만의 독특한 사례를 쓰기란 불가능합니다. 대부분의 학생들이 역경극복사례를 쓸 때 어려움을 겪는 이유는 '역경'을 '행동'위주로 생각하기 때문입니다. 경제적 어려움, 낮선 이국적 환경 등 겉으로 드러내 보이기 쉬운 사례는 자기만 쓰기 쉬운 것이 아니라 남들도 쓰기 쉬운 것이기 때문에 결과적으로 비슷한 이야기들이 쌓이게 되는 것입니다.

 

 

이 자전거들속에서 내 자전거를 찾기입니다.

 

 

 

흔하디 흔한 물건(예를 들면... 자전거라고 할까요?) 자전거들 속에서 내 자전거가 눈에 띄고 소중한 것은 바로 그 자전거에 부여한 '의미'때문입니다. 처음에 자전거를 샀을 때의 그 컸던 기쁨이 내 자전거를 의미있게 해줍니다. 처음으로 비닐을 벗기고 밖으로 끌고나가서 페달을 밟았을 때의 설레었던 느낌과 실수로 넘어졌을 때 자전거의 긁힌 자국이 못내 속상했던... 그런 기억들... 이러한 것들이 바로 내 자전거를 '나만의'자전거로 만들어주는 '의미'입니다.

 

 

역경을 세상에서 하나뿐인 에피소드에서 찾으려면 아마 찾기가 불가능할 것입니다. 그런 것은 없으니까요. 그러나 살면서 남들에게는 똑같아 보이는 어떤 한 부분이 나에게는 의미가 있었다면... 특히 매우 가슴아프고, 힘들고, 답답하고, 어려웠다면 그것이 바로 여러분에게 하나뿐인 '역경'입니다.

 

이것에서 '의미'(자전거에서의 '의미'처럼)를 찾고 이를 이겨내려했던 과정들을 소소히 하나씩 써보시기 바랍니다. 한번에 완성되는 것은 없으니 욕심부리거나 실망하지 말고, 여러 번에 걸쳐서 수정의 과정을 밟아나간다면 어느새 세상에서 하나뿐인 나만의 역경극복사례가 완성될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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