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입자소서, 잘 안 써지시나요?

"너 어쩌려고 그래? 대학 안 갈 거야?"

"안가. 재수하면 되잖아."

 

고 3 된 아이의 신경을 건들까 봐 노심초사하던 엄마가 대입자소서도 안 쓰고 있는 아이를 보며 참다 참다 한마디 했고, 역시나 요즘 들어 더욱 시니컬해진 아이의 말끝에는 날이 서 있었습니다. 아이는 사실 거의 포기상태인 채로 학교에 다니느라 괴롭습니다. 이번 1학기 내신 성적도 한 문제 차이로 또 목표등급에서 밀렸습니다. '재수 없는 OO 선생이 수행평가 점수만 잘 줬더라면...' 매사에 '했더라면...' 하고 생각하다 보면 아이의 마음도 괴롭습니다.

 

 

 

 

 

대한민국의 지금 어딘가에는 있을 법한 고3 수험생과 그 가족의 상황을 한번 상상해보았습니다. 사실 성적이 좋은 학생보다 그렇지 못한 학생이 더 많은데, 대학은 항상 SKY부터 읊어내리니, 대한민국의 고3이 지겨운 것도 이해가 됩니다. 30여 년 전이나 지금이나 별로 달라진 게 없어보입니다. 

 

수시입시 준비를 하려면 어찌 됐건 원서라도 집어넣어 봐야 합니다. 최상위권은 최상위권대로 중위권은 중위권대로, 그리고 하위권은 하위권대로 전부 나름의 고통이 있습니다. 생활기록부야 이미 어쩔 수 없다 해도 대입자소서 만큼은 잘 써야 합니다. 생기부의 보충자료라고는 하지만 주연과 조연으로 나뉘기보다는 각각의 영역이 다른 것이라 보는 것이 더 정확할 것입니다. 

 

대입자소서는 배운 점과 느낀 점을 구체적으로 진솔하게 쓰면 됩니다. 말하는 입장은 이렇게도 쉽습니다. 그러나 대입자소서를 직접 써내야 하는 입장은 괴롭습니다. 그 의미의 중대함을 피부로 느끼며 잘 써야만 한다는 중압감 때문에 가뜩이나 글쓰기도 별로 안 해본 우리의 고3들은 작년의 고3이 그러했듯 힘겹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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