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직도 반장을 원하시나요?

이번에는 어떤 애들이 나올까?

공부 좀 한다는 애들이 자기들 공부하느라 안나오자,

그동안 나서지 않던 애들이 하나 둘 나오기 시작했고,

어떤 애는 장난으로, 어떤 애는 감투욕심에, 어떤 애는 짝꿍이 추천해서 얼떨결에 나오는 등,

주변의 평범한 애들이 기웃거리며 나서기 시작했습니다.


그러면서 '반장'에 대한 아이들의 그동안의 생각은 아주 서서히 변해갔습니다.

모범생의 후광에, 아니 모범생을 사랑하는 선생님의 권위에 복종했던 아이들은

나와 별로 다를 것도 없고 권위도 없는 녀석이 나가서

솔직히 까놓고 아무것도 없으니 도와달라는 말에

야릇한 흥분과 무엇이라도 된 듯한 너그러운 마음에 '도와주기로' 결정했고,

그렇게 별로 대수롭지 않은 아이는

아이들의 전폭적인 지지를 받는 반장이 되었습니다.


1981년 서울, 한 고등학교 교실에서 반장선거가 있었고,

아이들에게 민주주의는 그렇게 대수롭지않게 시작되었습니다.

반장은 '뱃지'나 '완장'이 아니었습니다.








아이를 키우면서,

아이들의 자기소개서를 보면서,

지금의 반장은 무엇일까 생각해봅니다.


안타깝게도 아이들의 자기소개서에 나오는 반장은 하나같이 

잘 포장된 '뱃지'였고,

그럴듯해보이는 '완장'이었습니다.


반장이 뱃지나 완장인 순간은

대학가는데 필수 '스펙'으로 여기는 여러분의 마음이 들통난 순간입니다.

물론 이것도 또 다른 성장을 위한 씨앗이 될 것이라고 생각하기는 합니다.


아직도 반장을 원하시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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